아키라는 온전히 야토는 아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인간에게 관심이 많았던, 꽤나 별난 야토였고 아버지는 그런 야토족 여인을 사랑한 인간 남성이었으니까. 그녀는 태양을 보았고 햇살에 제 몸을 적셨지만 그것을 즐기지는 않았다. 태양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살갗을 좀먹었고 그녀의 흰 머리를 태웠다. 반은 인간이라 할지언정 그녀는 여전히 야토였다. 그녀는 햇살을 좋아하며, 동시에 미워했다.
사카타 긴토키, 시무라 신파치, 카구라. 이 세 이름은 요시와라가 발칵 뒤집어진 그 사건에서 마주하게 된 이름이었다. 호센은 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애초 자신과 검을 마주하고 거의 죽였던 이들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아키라는 그들을 퍽 좋아했기에 그 역시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만나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짙은 먹구름이 태양을 꽁꽁 감추어, 햇살이라고는 단 한 줌도 찾아볼 수가 없는 날이었다. 그랬기에 아키라는 우산 없이 요시와라를 나섰다. 짙은 구름이 그녀의 우산이 되어주었다. 길게 늘어트려져, 등 뒤를 간질이는 흰 머리카락마저도 즐거운 듯이 보였으리라. 10시 즈음, 해결사들이 있는 요로즈야에 도착할 때까지도 구름은 마치 자신들이 그녀의 우산이 되어주겠노라고 하는 마냥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시간은 날아가는 화살마냥 순식간이었다. 요로즈야에 들어온 것이 30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계는 어느덧 오후 2시를 알리고 있었다. 그러니 긴토키가 시간을 알려주자 아키라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온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고작 차 한잔 마실 시간 지난 것 같은데."
"어이, 어이. 3시에 약속 있으시다며. 서두르지 않는다면 늦는다고~?"
아키라는 볼멘소리로 답하며 아무렇게나 앉느라 구겨진 옷자락을 차분히 정리했다. 그러는 동안 닫혀 있던 문을 연 신파치가 조금 종종거리며 걸어들어왔다.
"아키라 씨, 오늘 올 때 우산 가져오셨어요?"
"아니, 안 가져왔는데, 왜? 밖에 구름 가득했잖아. 비도 안 왔고 개진 않을 것...겍."
아키라의 말 끝자락은 신음소리로 마무리지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문가에만 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햇살이 쨍쨍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 야토인 그녀라도 이런 햇살 속을 뚫고 요시와라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다. 같은 야토인 카구라에게 우산이 있기는 했지만 그 우산은 카구라가 햇살을 막을 때 써야 하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쓰고 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요시와라에서 기다리고 있을 호센에게 사람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아키라의 얼굴이 잔뜩 울상이 되었다. 은백색의 눈동자에 난감함이 가득했다. 그것을 보던 긴토키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서렸다.
"이거라도 괜찮으면 쓰고 가던가."
잠시 제 방에 올라갔다온 긴토키가 건넨 것은 희어 보이는 우산이었다. 아마도 동네에서 소나기가 올때 임시로 만든 우산이었는지 살이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키라에게 이외의 선택지는 없었을 뿐더러, 구멍이 나 있지 않으니 굉장히 양호한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맙소사. 고마워, 긴토키!"
그녀는 환히 웃으며 햇살이 찬란한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악, 긴토키!! 이 벼락맞을 자식아!!!"
천둥과도 같은 노호성을 내지르며 다시 요로즈야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반 야토라 태양빛에 얼마간의 저항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지만 하루 중 가장 쨍쨍한 2시의 태양을, 방심한 채로 맞아서일까 피부가 까칠해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자루가 거의 박살난 우산은, 바깥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투명하게 만들어진 우산이 햇살을 막아줄 리가 없었다. 긴토키는 웃느라 반쯤 넘어가고 있었고, 신파치의 얼굴에만 당혹감이 가득해졌다.
"긴 상! 아무리 그래도 저건!"
"어떠냐, 저번 소금 사케의 복수다!"
"그건 네놈이 나한테 설탕범벅 주먹밥을 준 탓이었잖아!"
"그 주먹밥은 식초 사케의 복수였고!"
아키라는 약속은 잊은 듯 긴토키를 바라보며 아르릉대었고 긴토키 역시 지지 않고 으릉대었다. 아, 정말 어른답지 못하네. 오늘도 신파치의 한숨이 늘었다. 그때 문 밖에서 문 옆의 나무 벽을 가벼이 통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구라는 주변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기에-뭘 보는거지? 신파치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결국 손님을 맞으러 나간 것은 신파치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신파치는 기겁하며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카구라, 긴토키, 아키라의 시선이 문가로 향했다. 거대한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카구라와 긴토키는 순간 긴장하며 근육에 힘을 주었지만, 그 힘이 쓰일 일은 없었다.
"우산을 가져가지 않아, 직접 데리러 왔다만, 쵸우."
"호센!"
아키라는 까르르 웃으며 냉큼 그에게로 달려갔다. 호센은 전에 없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뛰어온 아키라를 가벼이 안았다. 아키라는 키가 큰 편이었지만 호센이 굉장히 크기에, 그에게 폭 안겨들 수 있었다. 호센은 방 안쪽의 해결사들을 향해 가벼이 목례를 한 채, 아키라의 허리를 가벼이 감아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호센의 우산은 컸지만, 그들은 자그마한 우산을 나누어 쓰는 것마냥 꼭 붙어서 걸었다. 그 모습이 퍽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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